[대성당, 2014]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이미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뒤늦은 나이에 시작된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은 '레이먼드 카버'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처음 레이먼드 카버를 알게 된 건 팟케스트의 '소라소리'에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듣게 된 이후다. 성우 윤소라씨의 차분한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야기는 잠자리에 들기 전 반복해서 듣기에 편했지만, 단편문학의 거장이라는 레이먼드 카버의 글이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그저 평범한 사건,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로 들렸고, 왜 명작이라 평가받는 작품인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대성당 표지 이미지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번역, 문학동네, 원제: Cathedral (1983년)

몇 개월전, 호기심에 못 이겨 사뒀던 대성당의 책표지를 열었다. 우연하게 읽어본 <소설가의 일>을 꽤나 재밌게 봤던 터라 표지에 쓰여진 '김연수 번역'이라는 몇글자가 내 손이 책표지를 열게 만들었다. 사실, 대성당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만 하더라도 김연수라는 소설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떤 책을 썼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게다가 남자...전혀 관심이 없었고, 몇 달간 책장에 방치하며 표지만 보며 상상했던 <대성당>은 나에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상케 했는데, 나에게 <대성당>과 '레이먼드 카버', '김연수 번역'은 딱 그 만큼의 관심이 가는 존재(?) 라는 뜻 이기도 했다. 

첫 페이지를 열고 단편 '깃털'을 봤을 때 역시 나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없었다. 계속해서 감기는 눈을 더 이상 혹사할 수 없다는 판단에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명작이라는데 왜 이리 재미가 없는 것인지...그러다 잠들어 버렸다.

이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책표지를 열었다. 특별함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특별함이 무엇인지...

그러다 어느 순간 시야가 열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고백하건데, 사실, 맨 뒷 페이지에 있는 김연우씨의 해설을 보고서야 이 책의 특별함을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었고 새로운 눈을 뜨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내적 갈등과 공감, 타인과의 관계와 공감 등 사람에 대한 성찰과 작가의 의도를... 

"삶과 공감,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가"

레이먼드 카버는 아마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사는 세상, 조금만 마음을 열어 두면 더 따뜻하고 풍요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 드디어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작가의 글과 의도에 공감할 수 있었다. 뿌듯하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