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1999]

[모모, 1999]
옛 원형극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모와 카시오페이아
모모는 미심쩍은 듯 물었다. 
"그런 놀이가 재미있니?"
마리아가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그럼 뭐가 중요한데?"
파올로가 대답했다.
"그게 우리 앞날에 유익한지 아닌지, 그게 중요한 거야."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 작고 마른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이름은 모모,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꼬마 여자아이를 내칠 수 없던 마을 사람들은 함께 살 것을 제안했고, 옛 원형극장 안에 작게나마 거처를 마련해준다. 음식을 가져다 주고, 함께 어울리면서 어느 덧 모모와 가까워진 마을 사람들은 사랑으로 모모를 보살핀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일부가 되었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람들에게 안식과 위로를 선물했다.

회색신사들에게 시간을 갈취당하는 마을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불청객이 나타났다. 회색신사. 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갈취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사람들에게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라 속여 시간을 갈취했고, 특히 어른들의 시간을 도둑질했다. 시간을 도둑맞은 어른들은 더욱 바쁜 삶을 살게 되고 미소와 여유를 잃고 만다. 모두가 시간에 쫓기듯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갈취한 시간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회색신사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시간을 나누는 모모가 그들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여기며 그녀를 회유하려 들지만 실패하고 그들의 존재를 모모와 친구들에게 들키고 만다. 결국 회색신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모를 이용할 방법을 고안하고, 모모는 그로 인해 궁지에 몰리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나 위기를 해쳐나간다. 

모모와 마을 친구들(프랑코, 파올로, 기기, 카시오페이아)

나는 '모모'가 '내 안의 자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작고 마른 여자아이 같이 여리고 약한 순수한 존재. '프랑코'와 '파올로'는 나와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

이미 회색신사에게 회유된 어른들은 지금도 열심히 세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행복하지 못한 어른이 된 내 모습을 반영하는 것만 같았고, 밝고 상상력이 풍부한 혈기왕성한 '기기'와 어떤 일이든 진지하고 침착한 '베포'는 자아의 내면을 이루고 있는 단편을 그려낸 것이라 생각했다.

회색신사는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가 나에게 강제하고 당면하는 요구와 제약, 그리고 거북이 '카시오페이아'는 자아를 관철시키려는 노력, '호라 박사'는 죽음 또는 최종 목적...동화 한권을 읽고 이렇게나 끼워 맞출 수 있는 내 상상력도 가히 가관이라 하겠다. ㅎㅎ

이렇게나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이런 동화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이라면,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의 수준을 잘 못 이해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동화 모모의 표지 이미지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비룡소, 원제 및 국내 초판: MOMO, 1999년

과거와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현재. 그것을 모두 '시간'이라 정의한 호라 박사는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없는 향기 또는 아주 나지막히 흐르는 음악'같다고 말한다. 마음 속 깊이 공감되는 저 한 문장은 거북이 카시오페이아를 만나 더욱 큰 의미가 되었다. 붙잡아 둘 수도 없고 들리지 않을 정도록 나지막히 흐르는 음악같은 시간안에서 노력은 거북이처럼 진득해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서두른 다고 빨리 도달할 수 없는 것. 어떤 목표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서두른다고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시간을 초월한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마음 속 깊이 공감과 용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