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찾는 가장 조용한 시간

작은실천과 작은 성공, 소멸되기 전 써야 하는 아침 포인트

나를 되찾는 가장 조용한 시간

어제는 후배와 술을 마셨습니다.
사는 얘기, 회사 얘기, 아이 얘기 등 술 한잔 들어간 수다 시간은 그렇게나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어제 늦게까지 마신 건 아닙니다. 후배도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고, 나도 계획한게 있어서 평소보다 가볍게 마시고 일찍 술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나 술 마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여간 곤욕이 아닙니다. 될 수 있으면 술 약속은 주말로 잡는 편인데, 어제는 '급벙개'로 만들어진 자리라...

문제는 숙취로 인해 평소 열심히 지키려 하는 루틴에서 어긋나는 것입니다. 매일같이 머릿 속에서 한껏 되뇌고 계획한 것이 한잔 술에 날아가 버린 기분은 시쳇말로 '현타가 씨게 아구창을 날리는' 기분입니다. 생각한대로 행동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좌절감과 죄책감이 크게 몰려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감정은 현재 상황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다음 행동과 생활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칠전팔기'라고 했나요? '현타를 씨게' 맞고 나서 한참 자책하는 시간을 지내고 나면 다시 회복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게 됩니다. 캘린더를 보면서 이후에 있는 술 약속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계획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합니다.

"이 날은 적당히 마시고 빠져야지...",
"내일 아침에는 계획한대로 일찍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야지!"

매일같이 하는 다짐을 다시 하면서 전의를 가다듬습니다.


근데 왜 굳이 아침 일찍 일어나려는 걸까요?
직장인 또는 생활인이 주어진 시간을 즐기면서 사는 것도 좋은데, 왜 굳이 스스로 틀을 만들어 자신을 집어 넣고 옥죄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은 뭐가 좋은 걸까요?

우선, 내가 몇 번 해 보며 느낀 점은 생각한 것보다 좋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 입니다. 무엇보다 계획한 것을 달성했다는 뿌듯함이 크게 다가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작은 실천으로 내 생각을 실천했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작은 성공'이지요. 이런 경험이 모이면 내 자존감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침 일찍 책상 앞에 앉아서 대단한 걸 하지는 않아요. 그냥 책을 읽거나, 캘린더를 정리하기도 하고 아침 일기를 끄적일 때도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졸기도 하는데, 그러고나면 반성을 하고 다음 날에는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수정하면서 새롭게 도전합니다. 매일 아침 새로운 미션을 제공받는 거죠. 왜 사서 스트레스를 만드는 것인지, 나도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냥 나는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구나'하며 계속 해 봅니다.


처음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로 작심한 계기는 글을 잘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버킷 리스트에는 떡하니 '책 집필하기'라고 적어두고, 정작 문장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죽이되든 밥이되는 일찍 일어나보자'라는 마음 먹게된 것이죠. 그런데 아침 일찍 일어난다고 제대로 문장 하나 만들지 못 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글을 쓸 수 있도록 변화하는 것은 아니죠. 그냥 아무 것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던 적도 많았습니다. 이럴때면 역시나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나 지금 뭐하는 거지?..."

한 글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어느 날 아침 시간을 멍하니 보내고, 오후에 글쓰기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일단 가볍게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라고 하더라구요. 나 같은 경우 뭐라도 써보기 시작했는데, 거의 키워드 수준으로 단어가 나열되었습니다. 도대체 맥락도 없고,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암호같은 키워드가 모니터 위에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열된 '키워드'로 짧은 문장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문장을 3개 정도 만들면 출근시간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걸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지금 이정도라도 쓰는게, 처음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때를 생각하면, 가끔 대견하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노력한만큼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길 수 있게 된 걸로 첫걸음에서 몇 발자국이라도 옮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갖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안쓰면 소멸되는 포인트'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딱히 사용하지 않아 소멸되어도 아쉽지 않아 무심결에 사라지는

'무료 제공 포인트'

그렇다면 이런 아쉬움이 남는(?) '포인트'를 반드시 생산적인 활동에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나 역시 처음에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일찍 일어나기를 실천했던 것이지만, 막상 일어나 보니 할 수 있는게 없었어요. 전날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일찍 일어났더니 멍하니 시간만 보내게 된 것이죠.

그런데 그것 역시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뿌듯한 감정'이 좋았고, 멍하니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어떻게 보면 각자 하고 싶은 걸 찾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한 때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회자된 '미라클 모닝'이 요즘에는 조용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것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은데, 뭐 그런건 별로 중요한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니, 스스로 마음 먹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죠.

"작은 실천과 작은 성공"이 내가 원하는 삶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