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AI 도구를 하나 더 추가해 봤다.

이미 Claude와 하루 대부분을 함께하고 있고, Codex로 검수하며, 이미지는 Gemini(Nano Banana)로 만들어 내고 있다.

며칠 전 갑자기 Grok CLI를 추가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에서 다른 분이 사용하는 Grok Imagine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고, 터미널에서도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 기대한 바와는 달랐다.


나는 요즘 AI 도구를 주방처럼 나눠 생각한다. 거창한 철학은 아니고, 역할과 활용법을 구분하면 머릿속이 덜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다.

Claude는 메인 홀이다. 규칙, 에이전트, 스킬이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새 일을 시작하면 보통 여기서 기반을 만든다.

Codex는 검사실이다. “여기가 이상하다”라고 짚어 주고 직접 수정하지는 않는다. 코딩뿐 아니라 문장이나 문법도 검사한다.

Gemini는 암실이다. 레퍼런스 이미지를 넘기고 프롬프트를 다듬어 가며 이미지를 뽑는다. 하나의 이미지를 열여덟 번 돌려 본 적도 있다. 단번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기는 어렵지만, 통과한 이미지는 쓸 만하다.

그리고 오늘 새롭게 쓰기 시작한 도구가 Grok.
웹에서 사용해 본 Imagine 페이지는 피그마나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도구를 쓰는 느낌이었다. UI도 편하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CLI였다. 분명 웹 페이지와 같은 Grok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성능은 자판기 같았다. 버튼은 몇 개 없고, 결과물은 엉성해 보였습니다. 웹에서 보던 급이 아니었다.

“구독이니까 API도 좋겠지” 싶었는데, 꽤나 달랐다.


예전에 이런 메모를 남긴 적이 있다.

일을 단번에 해치우려는 접근은 일을 망친다.

이 말은 거시경제 리포트를 하루 종일 수정하던 지난 일요일에도, 운영 문서와 폴더 구조를 바꾸던 어제 오후에도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그리고 역시나 “이미지 한 장만 빠르게” 만들고 싶었던 오늘도 딱 들어맞았다. Grok CLI 이미지는 여러 차례 다양하게 시도해 봤지만 역시나 큰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Gemini로 뽑게되었다.

사용 가능한 도구가 네 개로 늘어나면 일이 네 배로 빨라지고 수월해질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사실은 도구가 늘어나면 혼란을 줄이기 위한 사전 작업, 온전히 내가 책임지고 완수해야 하는 '일'도 함께 늘어나는 것인데…

AI가 코드를 짜 주고 문장을 고쳐 줘도, '오늘은 어떤 일을 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 것인가'라는 선택과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내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계획이 없거나 방향이 애매하면, 모든 혼재된 결과와 혼란은 온전히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 된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오늘은 도구에 이름표부터 다시 붙였다.

  • Claude : 메인 — 설계, 규칙, 하루 일의 중심
  • Codex : 검수 — 끝난 것 다시 보기
  • Gemini : 최종 이미지 생성
  • Grok (웹) : Imagine으로 이미지 초안
  • Grok (CLI) : 빠른 스케치

이름표를 붙여 보니 질문이 단순해진다.


빠르게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생각나는 대로 한꺼번에 실행하다 보면, 저녁에 남는 건 빈 접시뿐이고 배는 곯아야 한다.

도구는 많아도 된다.
다만 일을 잘 시킬 수 있는 체계와 규칙이 갖춰져야 한다.
계획 세우기와 업무 쪼개기에 서툴다면, 친숙한 도구부터 사용해 보는 편이 좋다.

오늘은 메인 홀에서만, 내일은 검사실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