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할인으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봤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본 조조 영화다. 마블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성장기를 다룬 영화. 웃기지만 영화를 보면서 "쟤는 근데 돈은 어디서 어떻게 벌지? 메이 숙모 아니면 토니 스타크가 남긴 유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정작 본인 살궁리는 어떻게 하는지...스크린 아래 있는 출구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가 끝난 후 상영관 문을 나서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내 처지를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이력서 파일을 다시 열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세상 모두에게 잊혀진 피터 파커가 새로운 보금자리 뉴욕에서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청년이 된 피터는 스파이더맨으로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어느 날, 팔목에서 웹이 나오는 경험을 하고, 방안과 온몸을 뒤덮은 거미줄로 인해 당황하게 되는데, 이유는 DNA 변이로 인해 거미의 힘이 통제 불능 상태로 발현된 것.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은 안 그래도 히어로의 삶으로 피폐한 피터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통제할 수 없는 강한 힘. 히어로 역할로 인해 균형이 무너진 피터의 삶. 가면을 벗은 피터와 가면을 쓴 스파이더맨은 또 다른 정체성 혼란과 어려움을 맞닥뜨리지만, 역시나 강한 내면의 힘을 갖춘 피터는 눈 앞의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해 나간다.
영화 중간에 거미가 탈피하는 모습을 비추며, '탈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거미는 절지동물로 외골격으로 싸여 있고, 성장을 위해서 탈피는 불가피하다.
더 강한 성체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순간, 하지만 가장 약한 순간이기도 하다. 외피를 벗은 거미의 외골격은 매우 연하고 가장 약한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탈피에 실패한 거미는 죽는다. 말 그대로 탈피의 순간은 거미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같은 순간인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는 대목이 있다. 태어나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래 인용된 문장이라 익숙한데, 깨고 나오는 어린 새는 안전하지 않다. 안에서 갖고 있던 것은 모두 무너지고, 밖에 있는 것은 아직 내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청년 피터 파커도 같은 혼란에 있을까? 이전 삶을 잃었고 새로운 환경은 익숙하지 않고 다루기 어렵다.
거미는 탈피로 강해진다.알을 깨고 나오는 아기새는 새로운 세상을 얻는다.
그런데...실패하면 죽는다. 사력을 다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얼마 전 유튜브 쇼츠에서 어떤 30대 초반 여성이 영상에 나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100세 시대, 삶을 세 등분으로 나누면 이제 첫번째 인생을 살았으니, 이제 두번째 인생을 새롭게 산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나는 30대를 이미 지나 40대 중반이다. 퇴사한 지도 1년이 넘었다. 내가 느끼는 현재는, 변화의 물살이 너무 빨라서 바닥에서 살짝이라도 떨어져 떠오르면 급류에 휩쓸린 상태. 정신을 붙들고 있기 힘들 만큼 어려운 시기지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순간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삶을 이등분으로 나눠야겠다."
때때로 찾아오는 위축감과 조바심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피할 수도 없다.이제 시작해 가장 약한 순간을 맞이했다면...
다른 점은 하나다. 겪고 있는 시기. 청년과 중년. 중년에게는 너무 뒤늦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늦어서 성장이 멈춘 것이 아니라, 성장이 끝났다고 정한 순간, 그때부터 멈춘 것일지도...

이력서 커리어 상단에 두 줄을 추가했다. 'nodeJs 개발 과정 수료', 그리고 'AI로 직접 만든 PRM(개인 자원 관리 시스템)'.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심으로 작성했던 기존 커리어 항목에는 없던 내용이다. '수료'와 '개인 프로젝트'라니...적어 넣으면서도 이게 경력으로 읽힐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날 일기에는 이렇게 적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했다. 집에서 노는 백수 처지이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가끔씩 찾아오는 위축감이 힘들긴 한데, 그래도 버틸만 하다.